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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따라가는옛발자취

가축의 역사 - 코끼리가 가축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특히 인도나 타이 등지에서, 이렇듯 사람을 태우거나, 일을 하는 코끼리를 볼 수 있다.
 이 코끼리들은 가축이 아니다. 모두 어렸을때 붙잡아와 길들인 이들이다.)

판타지 소설 '피를 마시는 새'에는, 그 세계관의 설정만큼이나 특이한 캐릭터가 나온다. 레콘(닭을 형상화한 종족)인 그을린발이라는 그의 숙원(설정상 레콘 남자는 아내를 찾으러 다니거나 평생의 숙원을 해결하고자 평생을 다 바친다)은 바로 '코끼리의 가축화', 코끼리가 이미 사육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히 답한다. 그것은 코끼리를 길들인 것이지 가축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고...
 

어렸을 적, 삼국지-수호지-초한지 등의 중국 고대 소설(정확히 이야기하면, 고대를 배경으로 한 근세 소설이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수호지는 그 배경도 중세라고 평가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을 보다보면, 영웅호걸들과 함께, 명마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적토마, 적로, 절영, 조황비전, 오추마, 조황옥사자마 등등... 그 색도 흑(항우의 오추마), 적(여포-관우의 적토마), 백(송강의 조황옥사자마) 등등 다양하게 나오는데,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아프리카의 어떤 무사는, 초원을 누비는 얼룩말을 타고 활발한 정복활동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아주 유감스럽게도 얼룩말은 그들의 친척들처럼 사람을 태워주지도 않았고, 가축으로 지내본 적도 없다.

 

 

그렇다면, 왜, 무엇때문에, 어떤 동물은 가축이 되어 우리에게 친숙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는데 반해, 또 어떤 동물은 영원히 야생의 동물로 남게 되었는가? 어떤 점이 그들을 갈라놓게 되었는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총,균,쇠』를 통해서 그 원인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기본 가정

 가축화된 동물이란 무엇인가? 가축화된 동물이란 다음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특정한 목적(단순히 관상용만이 아니라)을 가지고 기르는 동물일 것
둘째. 감금 상태에서 번식과 먹이공급을 통제할 수 있을 것
셋째, 용도에 맞도록 선택적으로 키워, 보다 더 유용한 동물로 영구적인 개량이 가능할 것

그리고 분석이 되는 대상은 체중 45kg급 이상의 대형 포유류로 한정하고자 한다. 이렇게 한정하는 이유는 대형 포유류들의 가축화 여부야 말로, 인류의 역사 발전 속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정의한 대형포유류중에 가축화에 성공한 것은 총 14종 (양, 염소, 소, 돼지, 말, 단봉낙타, 쌍봉낙타, 라마와 알파카, 당나귀, 순록, 물소, 야크, 발리소, 인도소) 이며 이중 양,염소,소,돼지,말은 전 세계로 퍼져 가축화된 포유류이다.

 

가축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 6가지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책을 통해 (정확히는 프랜시스 갤턴의 논문을 소개하면서) 가축이 되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를 가리게 되는 이유가 최소 6가지가 있다고 밝혔다. 6가지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식성  

기본적으로 동물이 먹이를 먹을때, 그 먹이가 가진 생물적 자원이, 먹이를 먹은 포식자의 생물적 자원으로 환원되는 비율은 약 10%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단순화해서 이야기하자면 체중 450kg의 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4,500kg의 먹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아주 간단하게 두 부류가 가축으로 부적합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코알라 같이 먹이를 까다롭게 고집하는 동물들은 대량으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먹이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외할 수 있다. 또 하나, 육식동물의 경우에도, 포식단계를 두 단계를 거친다는 점에서 먹이 자원의 효율성이 지극히 저하되므로, 가축화 하기에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육식 동물의 경우는 모두 제외된다. 참고로 대형포유류에는 속하지 않았지만, 그와 준하는 크기이며, 역시 전세계에 펼쳐져 있는 개는, 얼핏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육식 동물이 아니라 잡식 동물이다.  

2. 성장속도 

고릴라, 코끼리, 코뿔소... 얘네들 키우려면 몇년이나 걸릴까? 얘네가 성체가 되는 동안은, 우리 자식새끼들도 어느새 다 컸다가 집을 나가거나 담배를 피워 물거나, 세상과 인생의 무상함을 논하거나 할때다. 자식이 갑자기 '아버님 지금까지의 성적은 다 연습일 뿐입니다. 진정한 승부는 수능인 것입니다. 저는 그 날 전국을 놀라게 할 것입니다' 라면서 이상한 성적표를 들고 왔을때, 그때까지도 다 자라지 못한 코끼리 새끼를 보면 열불이 터질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아시아의 사역용 코끼리나, 한니발 시절의 북아프리카 코끼리는 야생상태에서 어린 코끼리를 사로잡아 길렀다. 

3. 감금상태에서의 번식

 AV나 야동은 많은 사람들이 봐 왔을 것이며, 특히 남자라면 그 비중이 아주 높을 것이다. 내 장담컨데 원빈과 현빈도 야동을 꽤 보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것은 남들이 보는 앞에서 그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 (수치심은 도덕적인 부분이 큰데, 이 부분을 동물의 세계에 직접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다.)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유류 중에서는 약간 은밀한 곳에서 교미를 하는데, 대표적인 종족이 지상에서 가장빠른 동물, 치타이다. 감금상태에서는 은밀한 장소를 찾기가 어렵고, 그래서 교미가 안된다면, 이는 가축화에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된다.  

더구나, 치타는 몇날 며칠씩, 길고 긴 나잡아봐라~ 식의 구애를 통해 교미를 하게 되는데, 감금상태에서는 그런 행동이 불가능한 만큼, 치타를 키우는데 있어 번식을 시키기엔 더더욱 어려워 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치타는 동물원에서도 1960년대가 되어서야 번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번식 행동에 넓은 행동반경이 필요하거나 과격한 결투가 필요한 동물의 경우, 감금상태에서 번식이 어렵기 때문에 가축이 될 수 없다.

 

(앞으로 나잡아 봐라~ 놀이를 하는 연인들은 다 짐승같은 자들이다. 젠장...-.- )

 

 4. 포악한 성격

 얼굴은 3년을 가고, 성격은 30년을 간다는, 배우자를 고르는데 있어 주옥같은 진리의 말씀이 있는데도 불구, 얼굴만 이쁘면, 성격은 감당할 수 있다고 큰 소리치다가, 고생하는 남자(여자를 예로 들지 않은 이유는 의외로 여자들은 성격을 중요시 여기는 경우도 많고, 정말로 남자를 개조시키는데 성공하는 케이스도 많기 때문이다.)들이 많은데, 그들이 후회할만한 일을 저지르는 이유에는, 적어도 아무리 성격이 질할 같아도 생명에 위협이 가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형포유류들의 경우는 그 질할 같은 성격이 주인의 생명을 크게 위협할 수 있으므로, 성격이 남자의 하체 중앙에 있는 그것 과도 같은 동물들은, 아무리 잇점이 많아도 가축 대상에서 제외할 수 밖에 없다. 고기와 가죽등이 제법인 곰류나, 아프리카 들소, 하마는 사람에게 있어 아주 위협적이며, 실제로도 종종 사람들을 공격한다. (특히 하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사람을 해치는 동물이다.) 이들보다는 약하지만 얼룩말도 나이가 들면 사람을 괴롭히는데, 앞선 세 종 만큼의 힘은 없지만 (물론 발차기가 강력하지만...) 성격이 매우 집요하여, 사람을 한번 물면, 폭력을 사용할때까지 끝까지 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신이 아무리 무서운 팜므마딸이라 해도...)

 


(나일악어를 두동강 낸다는, 이런애들에 비할바가...-.-)


 5. 겁

 필자는 고라니를 직접 키워 본 적이 있다. 물론,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은, 비상식적인 행위도 통용될 수 있는 조직에서 경험한 일이다. 그저 명령에 의해 갑자기 고라니를 잡아와서 고라니를 키우라는 명을 받아 수행하던 도중, 이 놈들은 도저히 길들일 수 조차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 것들은 감금 상태라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수시로 벽에다 머리를 박으며 자해를 하는데, 처음에는 본인에게 이 자해를 못하게 하는 Mission Impossible이 내려왔다. 그러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지어는 본인이 고라니를 몸으로 막으라는 명령도 들은바가 있다. 물론 난 그런데서 죽음을 당하기 싫었고, 고라니가 돌진할때 잽싸게 몸을 피했다.) 고라니는 결국 자해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그 죄로 인해 본인은 군기교육대로 갈뻔 했으나, 본인이 빠지면, 대대를 청소할 인력이 부족한 관계로, 다행히도 살아 남을 수 있었다.  

6. 개체의 사회 구조

 가축화된 대형포유류는 대부분 다음 세 가지 사회적 특성을 지닌다

첫째, 무리를 이루고 산다.
둘째, 구성원들간에 위계질서가 잘 확립되어 있다.
셋째, 각각의 무리들의 행동권은 배타적이지 않고 중복되어도 무리가 없다.

이런 동물들은 서로 잘 싸우지 않으면서, 우세한 지도자를 순순히 잘 따른다. 그리고 이 경우 포유류들을 키우는 인간, 즉 주인이 가장 우세한 지도자가 되므로, 주인의 지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하나, 무리들간의 생활권이 중복 가능하므로 서로 싸우지 않고 평온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에 가축으로 적합하다.

이와는 반대로, 독립된 개체이거나(호랑이 같이) 서로 배타적이거나 (많은 초원 포유류의 수컷들같이) 무리간 결속력이 약하거나, 위계질서가 약한 경우 (사슴이나 영양류같이)는 가축화에 결정적인 애로사항이 있다. 이들을 소,돼지,말 등 처럼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이 가축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앞서 이야기한 종들이 가축화 된 역사는 매우 깊다. 동물을 가축화에 성공하면서 부터 많은 사회에서, 인간이 정착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 (같이 가축을 키우지만, 목축과 유목은 서로 다르며, 또 한편 유목이라 할 지라도, 수렵,채집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삶의 패턴이다.) 그리고 정착생활이 가능하게 되면서부터, 잉여 생산물과 전문직의 등장, 계급의 등장, 사회의 분화, 세분화, 그리고 국가의 탄생까지 인류 문명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된다. 

소,말,돼지,양,염소등의 가축은 모두 신석기 시대에 비견되는, 약 1만년전부터 5천년전 사이에 가축화가 완료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는 없다. 기 전에 가축화의 필요성이 없었던 소형 포유류의 경우는 종종 가축화가 이루어지나, 대형 포유류의 가축화는 BC2500년경 모두 끝났다. 

그렇다면, 과학의 발전을 통하여 그 동안 야생으로 남아 있던 동물들을 가축화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이렇다
그걸할 수 있었으면 진작에 하였다는 것

앞서 이야기한 6가지 유이는 과학으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유전공학을 비롯하여,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해당 포유류들을 가축화 시키는데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해당 동물들을 가축화 시킬 이유가 있는지도 의문이 들 것이다. 

 

포유류의 가축화가 우리에게 준 것

 그렇다면 이렇게 대형포유류가 어떤 것은 가축이 되고, 어떤 것은 가축이 될 수 없었던 것이 대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준 것인가? 대륙별로 볼때,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소,돼지,말,염소,양 등이 큰 무리 없이 모두 가축화가 된 반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 오세아니아 대륙에서는 후일 서구의 침략이 있기 전까지 가축화에 성공한 동물이 거의 없었다.

 이는 결국 1532년, 180여명의 피사로가 강력한 잉카제국의 아타우알파와의 대결에서 잉카의 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병기 (여기서도 말이 사용되었고, 8000에 달하는 잉카 병사들은 말을 탄 기병과 총을 든 보병에게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에 아타우알파가 포로로 잡히고, 참살을 당하게 되어 잉카로 대표되는 아메리카인들이 유럽인들에게 멸절을 당하게 되는 참상을 낳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이미 11년전, 북중미의 아즈텍이 코르테스에게 당했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